『Sid Meier's Civilization』 속 성공하는 국가, 실패하는 국가

2023. 2. 25. 00:39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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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 Meier's Civilization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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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Bradygames
출판
Bradygames
출판일
2012.12.31

 

 

 

국가의 흥망성쇠

 

 성공적인 캐나다의 게임 개발자 시드 마이어(Sidney K. Meier)는 ‘게임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다.’라는 유명한 어록을 남긴 바 있다. 그의 최대 흥행작인 문명 시리즈(Sid Meier’s Civilization)는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 매턴마다 자신이 플레이하고 있는 문명에 필요한 최고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 선택에 따라서 국가는 번성하기도, 쇠퇴하기도 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부터 문명 시리즈(이하 문명)를 통해 왜 어떤 국가는 성공하고, 어떤 국가는 실패하는지 들여다볼 것이다.

 

지리적 요건

 

 문명에서 승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건 한 가지를 꼽는다면 그건 바로 ‘스타팅(수도 위치)’일 것이다. 밀이나 소금, 물고기와 같은 자원이 많아야 하고 사막이나 극지방처럼 혹독한 환경을 피해야 한다. 또한 산이나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세의 침략에도 대항하기 용이해야 한다. 훌륭한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잉여식량을 바탕으로 인구가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다.

 

문명 5의 시작 위치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M. Diamond)는 그의 저서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에서 문명의 차이를 지리적, 환경적 접근으로 설명하였다. 그는 발달한 환경에서 시작된 문명은 곧 식량의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인구 증가와 생산 규모 증가의 선순환이 나타난다. 늘어난 인구를 관리하는 정치체계가 발달하면서 국가와 제국이 등장한다고 주장한다.

 

 
총 균 쇠
퓰리처상을 수상한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 박사의 『총, 균, 쇠』. 2005년의 개정판을 다시 개정 출간한 것으로, 기존의 32컷의 사진에서 18컷을 추가한 총 50컷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왜 어떤 민족들은 다른 민족들의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는가?’, ‘왜 각 대륙들마다 문명의 발달 속도에 차이가 생겨났는가?’,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명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라는 의문을 명쾌하게 분석하여 그 해답을 제시한다. 이 책은 모든 인류가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1만 3천 년 전 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는 제국, 지역, 문자, 농작물, 총의 기원뿐만 아니라 각 대륙의 인류 사회가 각기 다른 발전의 길을 걷게 된 원인을 설득력 있게 설명함으로써, 역사에 대한 인종주의적 이론의 허구를 벗겨낸다. 뉴기니와 아메리카 원주민에서부터 현대 유럽인과 일본인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의 인간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출판
문학사상
출판일
2013.03.04

 

 

 

 재러드의 주장은 확실히 원시적인 국가가 형성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굉장한 설득력을 가진다. 오늘날에도 천연자원과 지리적 요건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현대 국가에는 훨씬 더 복잡한 요소들이 서로 뒤엉켜 있다. 지리적 요건만으로 국가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장점을 흡수하는 국가

 

문명에는 기술 시스템이 존재하며 기술 연구를 완료할 때마다 발전된 시설이나 군대가 해금된다. 중요한 특징으로는 플레이어가 개발하지 못한 기술을 완료한 다른 문명을 마주치게 되면, 그 기술이 연구되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기술의 확산’이 일어난 것이다.

 

문명 5의 기술

 

 1993년 세계은행이 발간한 ‘동아시아의 기적’에서는 10여 개 국가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이 전염되는 양상을 다뤘다. 그 기원은 도쿄에서 시작되었다. 미군이 쇼군을 압박하여 방문권과 교역권을 따낸 1853년 이후 밀려드는 서구 제국주의의 물결은 대중들과 사무라이들의 불안을 고조시켰다. 이에 계산적이었던 혁명 파는 ‘메이지’ 황제의 권력을 복원한다는 명분하에 막부 봉건 구조를 폐기하고 서양의 근대식 중앙집권 통치제도를 받아들였다. 계급은 철폐되었고 개인에게 재산권이 주어졌다. 동시에 아시아 최초로 성문 헌법을 채택하였고 영국식 해군과 독일식 육군을 도입했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1인당 GDP는 30년 만에 70%나 증가하였으며 1905년에는 러일전쟁에 승리했다. 그야말로 ‘초고속’ 성장이었다. 한국 역시 완전한 쇄신을 겪은 일본 제국에게 뼈아픈 식민지 지배를 당했지만, 일본 경제가 이룩한 초 모델을 존중했고 일본의 경제모델을 따랐다. 싱가포르와 홍콩, 말레이시아, 타이완 등이 뒤를 이었다.

 

 잉글랜드와 같이 근대 시대의 혁신을 주도한 국가는 필연적으로 우여곡절을 겪기 마련이다. 정해진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길을 따라가는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을 채택할 것이고, 앞선 국가들의 실패를 우회하기 마련이다. 반면, 어느 정도 선진국과의 격차가 줄어든 상태에서는 성장률이 저하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따라잡기 효과(catch-up effect)’라 한다. 혁신을 주도하는 국가라면 끊임없이 다른 국가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국가라면 ‘따라잡기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떼놓을 수 없는 친구, 정치와 경제

 

문명에는 ‘문화 수치’라는 시스템이 존재하고, 문화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정책을 채택할 수 있다. 정책은 국가의 방향성을 결정하며 성장을 가속해 주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예컨대 ‘전통’ 정책은 수도의 인구 증가에, ‘자유’ 정책은 영토의 확장에 중점을 둔다.

 

문명 5의 정책
 

 경제학자 대런 애스모글루(Daron Acemoglu)와 제임스 로빈슨(James A. Robinson)는 다이아몬드의 주장에 반발한다. 이들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ll)’에 따르면 지리적 요건만으로는 현대의 빈부격차를 설명할 수 없다. 노갈레스(Nogales) 시는 반쪽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다른 한쪽은 멕시코의 소노라주에 속해 있다. 애리조나주의 노갈레스시는 연평균 가계 수입은 3만 달러가량이며 성인 대부분이 고등학교 졸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메디케어(미국의 공공건강보험)의 수혜자들이며 공공 치안 유지 등의 서비스를 당연하게 여긴다.

 
노갈레스 시의 국경
 

 소노라주의 노갈레스시의 가계 수입은 만 달러에 불과하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이 수두룩하며 영아 사망률이 매우 높다. 도로망과 법질서는 더욱 열악하다. 부패한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은 주민들을 더욱 힘겹게 한다. 더 가까운 예시로 남한과 북한이 있다. 각기 다른 정권이 들어선 후 두 국가(서로를 국가로 인정하진 않지만)의 차이는 급속도로 벌어졌다. 지리적 요건만으로는 이들의 격차를 설명할 수 없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신국부론, 국가 실패의 답을 찾다『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MIT 경제학과 교수로 활동 중인 저자 대런 애쓰모글루가 15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로마제국, 마야 도시국가, 중세 베네치아, 구소련, 라틴아메리카, 잉글랜드, 유럽, 미국,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증거를 토대로 실패한 국가와 성공한 국가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가 무엇인지 밝혀냈다. 저자는 정치와 경제, 역사를 아울러 국가의 운명은 경제적 요인에 정치적 선택이 더해질 때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지리적, 역사적, 인종적 조건이 아니라 바로 ‘제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특히 남한과 북한을 그 예로 들어 어떻게 이토록 완연히 다른 운명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분석하였다.
저자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
출판
시공사
출판일
2012.09.27

 

 

 

 애스모글로우와 로빈슨이 주장하는 것은 착취적ㆍ수탈적 제도와 포용적 제도의 차이이다. 착취적 제도의 예시는 수많은 역사에 산재해 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국가는 착취적 제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 제국의 끊임없는 수탈로 볼리비아 포토시의 은광은 1800년대에 이르러 고갈되어 버렸다. 왕실의 금고에는 부가 흘러넘쳤다. 따라서 그들은 현상 유지를 원했고, 변화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고 오히려 억압하기에 바빴다.

 

 반면 잉글랜드에는 변화가 시작되었다. 노예제도를 폐지하였고 산업혁명은 당대 가장 독보적인 ‘창조적 파괴’였다. 명예혁명은 사유재산권을 합리적으로 강화하고 금융시장을 개선했다. 애스모글로우는 잉글랜드가 변화의 신호탄을 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조세 규범 확립과 마그나 카르타로 인한 절대 왕정의 권한 축소 등의 밑바탕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제국의 힘도 컸다. 나폴레옹 본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인 법치주의와 능력주의, 시민 평등사상은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하였다. 다원주의적 사회 건립을 향한 유인책이 만들어지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포용적 정치제도가 태동하기 시작했다.

 

 포용적 정치제도는 권력 찬탈을 어렵게 만들며 절대 왕정의 힘을 약화한다. 또한 포용적 정치제도는 포용적 경제 제도와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며 상승한다. 착취적 제도와 독점의 실효성을 약화하며 역동적인 경제를 창출한다. 포용적 정치제도의 선순환이라 할 수 있겠다.

 

 모두가 국가의 성공에 있어 포용적 정치제도가 정답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지배층에 있어 착취적 제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존재하기에, 한 국가의 제도가 변화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은 그 유일한 예외라는 점에서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1950년에서 2000년 사이, 1인당 GDP 상위로 올라선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에서 권력층의 수탈에 대한 야욕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국민의 결집과 저항으로 포용적 정치제도를 지켜왔고 또한 발전시켰다.

 

국가의 체력, 재정

 

 문명에서 도시의 성장을 위해 가장 뒷받침되어야 하는 요소 중 하나는 금(돈)이다. 게이머는 사치 자원 거래와 대상을 통한 국가 간 무역, 시장이나 은행과 같은 시설을 통해 돈을 벌어들여야 한다. 문명의 총재정이 적자를 기록할 경우, 군대가 해체되어 국력이 크게 약화하기 때문에 항상 재정 흑자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명 5의 금 시스템
 

 현대경제에서는 정부의 지출 확대가 재정 적자로 이어지고 이때 부족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정부가 자금을 차입하면 정부 부채로 이어진다. 부채는 계속되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속성이 있다.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도 두드러진다. 정부의 재정 지출 규모가 비슷한 규모의 민간 투자 혹은 민간 소비 감소를 초래하며 경기 전체가 위축된다.

 

 재정이 국가의 체력인 이유는 단순하다. 실패하면 경제가 버티지 못하고 한순간에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다. 국가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게 되는 사태, ‘국가부도(sovereign debt crisis)’는 어느 나라에도 닥칠 수 있음을 역사는 잘 알려주고 있다. 어떤 나라들에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현대적인 금융 시스템이 발전하기 훨씬 이전부터 국가부도의 사례는 존재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재정의 대부분을 군비 지출에 사용하였고 비생산적인 기념비적 건축물의 건립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다. 문제는 국가의 재정이 주변 복속국들의 공물에 절대적으로 의지하였다는 점이었고, 전쟁 패배로 인해 자금 보유고가 바닥나버리자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로마 제국은 인플레이션의 힘을 꺾지 못해 쇠퇴했다. 로마의 황제는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통화의 은 함량을 낮추고 값은 올렸다. 통화가치가 절하되면서 10년 만에 로마의 빵값은 두 배로 뛰었다. ‘초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로마 정부는 가격 상한제를 통해 수습에 나섰지만, 공급과 수요를 고려하지 않아 사태를 악화시키고 말았다. 당시의 경제학적 지식으로는 도무지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고 계속된 재정 적자는 국력 약화로 이어졌다.

 

 경제학자 발터 비트만은 저서 ‘국가부도’에서 대다수 국가의 부채 수준이 심각한 수준임을 지적한다. 2008년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를 덮쳤을 때, 아이슬란드의 화폐가치가 크게 폭락하면서 ‘준 국가부도’를 맞는다. 정부는 은행의 붕괴를 막기 위해 모든 은행을 국유화하였으나 결국 지급 불능의 상태에 이르렀다.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이 뛰어들었고 불씨는 헝가리, 우크라이나, 라트비아로 옮겨갔다.

 

 이렇듯 국가는 경제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강대국도 예외는 없다. 우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통해 미국 역시 흔들리는 광경을 목격했다. 미국의 과도한 부채는 현재 진행형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연방정부의 재정 악화로 2021년 8월, 채무 불이행 상태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국가가 그릇된 판단을 통해 한순간에 몰락의 길을 걷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국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제를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미래에 대한 예측과 위기에 대한 예방책을 세워놓아야 한다.

 

혁신가의 탄생

 

 문명에는 ‘위인’이 존재한다. 일정 수치를 채우면 등장하게 되는데, 가장 좋다고 평가받는 위인은 과학자와 기술자이다. 과학자는 과학 연구를 촉진하고 기술자는 생산력을 증진시킨다. 과학자가 기술자가 탄생하면 해당 문명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다른 문명과의 격차를 크게 벌릴 기회가 된다.

 

 대영제국은 어떻게 팍스 브리태니커(pax britannica)를 맞으며 19세기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최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분명한 것은 제임스 와트(James Watt)가 커다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포용적인 제도를 갖춘 영국이라지만 와트의 증기기관이 불러일으킨 혁명은 불안했다.

 
 

문명 5의 위대한 과학자

 

 그러나 영국 의회가 와트의 화력 엔진에 대한 재산권을 25년간 부여하기로 결정을 내리기까지 일련의 다양하고 폭력적인 반대가 존재했다. 후에는 많은 일자리가 파괴되어 네드 러드(Ned Ludd)의 노동 운동을 촉발시키기도 하였다. 하지만 시대적 흐름은 거스를 수 없었다. 그 후로는 영국이 그 흐름을 주도하게 되었다.

 

 지중해성 기후로 ‘미국의 그리스’라 불리는 캘리포니아는 1800년대 초반 빠르게 성장했다. 골드러쉬가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대도시가 형성되었다. 특히 할리우드를 위시한 영화산업과 태평양 방어선을 구축하기 위한 방위산업으로 큰 성장을 이룩한다. 산업이 집적된 이후, 1939년에 스탠퍼드 대학 근처의 차고에서 휴렛 패커드(Hewlett-Packard)가 탄생한다. 1968년에는 마운틴뷰에 칩 제조사 인텔(Intel)이 설립되고, 1970년대 말에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이 쿠퍼티노에서 애플을 창업한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집적이익(Integration Profit)이 극대화되면서 실리콘밸리는 혁신의 원천으로 기능하였다.

 

각국의 1인당 상대 GDP

 

 혁신가들은 시대적 흐름을 주도한다. 2006년에는 누구도 손 안의 컴퓨터를 원하지 않았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잡스가 아이폰(iPhone)을 출시한 뒤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아이템이 되었다.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부가가치가 창출되었다.

 

 미국이 일인자의 위치를 위협당한 적은 적지 않게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내준 적은 없다. 여전히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들을 보더라도 1인당 GDP는 20% 정도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19세기 대영제국이 그랬던 것처럼, 현대에는 실리콘밸리를 필두로 한 미국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의 경제를 견인하는 공룡기업들 대부분을 IT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국가가 성공하기 위해선 많은 혁신가를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혁신가들의 탄생은 우연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와트는 ‘재산권 보호’라는 경제적 유인이 있었기에 발명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가 재산권과 특허권을 전혀 보장받을 수 없는 수탈적 정치제도 하에 태어났다면, 과연 혁신가가 될 수 있었을까? 국가가 혁신의 기반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장담할 수 없다.

 

 많은 개발도상국은 인재 양성의 중요함을 깨닫고 교육기관을 설립하였지만, 나라의 인프라(infrastructure)가 뒷받침되지 못해 엘리트들이 국외로 유출되는 ‘두뇌유출(brain drain)’ 현상을 겪었다. 즉, 국가는 혁신가들이 탄생하고 유입할 수 있는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 경제학자들이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제시할 수 있지만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혁신가들에게서 나온다.

 

성공하는 국가

 

 우리는 지금까지 국가의 성공과 실패에 관여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살펴보았다. 첫 번째는 지리적 요건이었다. 노동하기 쾌적한 기후, 식량 생산이 우월한 환경, 다양한 천연자원은 국가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정책이다. 아무리 환경이 좋아도 수탈적 정치제도는 장기적으로 국력을 약화한다. 포용적 정치제도를 택한 국가가 성공한 사례가 훨씬 많았다. 세 번째는 재정이다. 국가의 재정 상태는 사회 전반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며 국가부도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네 번째는 혁신가이다. 혁신가는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며 국가는 혁신가를 배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를 보자.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던 초고속 성장은 이제 옛말이고 언론은 대한민국이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아직도 많은 나라가 앞에서 달리고 있고, 뒤에 있는 나라들은 맹추격하고 있다. 경주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계속해서 연료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리적 요건이 우월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척박한 환경도 아니다. 또한 민주주의의 발달로 정치제도를 포용적으로 다듬는 과정에 있다. 분단비용으로 인한 막대한 국방비 지출과 국가부채,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민간부채는 우려스러운 부분이지만, 보완해나가고 있다. 과거에는 ‘따라잡기 효과’를 이용해 성장한 기업이 많았지만, 이제는 젊은 혁신기업들이 막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과거 실패한 국가로 불렸던 한국은 이제 성공한 국가의 전철을 착실히 밟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더더욱 진보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끊임없이 더 좋은 이론을 만들고, 혁신가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정치가들은 더 좋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는 국가만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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