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셜록현준, 유현준 교수가 들려주는 『공간의 미래』
모교에서 <책 읽는 밤> 행사로 유현준 교수가 초대되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독서 행사라는 특성상 강연자의 책을 읽고 듣는 것이 기본적인 도리라고 생각해 급하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어 보았는데요, 유현준 교수의 신간 ‘공간의 미래’는 예상보다 굉장히 트렌드에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방식의 접근방식으로 인해 흡입력이 있었습니다. ‘대 코로나 시대’에 공간의 미래를 예측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건축 철학자로서의 감명 깊은 인상을 받았기에 이점에 집중하여 강연을 듣게 되었던 것 같아요.
첫 번째로는 ‘공간의 권력’이라는 주제를 제시하였는데, 저로서는 생소했습니다. 공간이 집중시키는 시선으로 권력이 형성된다는 것이 큰 줄기였는데요, 예를 들어 예배당에서는 강단에 서는 설교자를 향한 공간적 압박감을 느끼게 되죠. 학교에서는 칠판 앞에 선 선생님에게 권력이 생깁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지만, 놓치기 쉬운 공간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공간에서의 밀집이 와해되면서 공간의 권력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도 합니다.
이어서 교수님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의 주거공간 역시 변화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월등히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예로 발코니의 확장을 이야기하셨는데요, 개인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 더욱 필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1인 세대가 증가함에 따라 기존 방 구조의 고정관념 역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거실에 온가족이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할 일이 없죠. 책에서는 유명 아이돌 ‘화사’가 ‘나혼자산다’에서 거실에 침대를 놓고 사용하는 예시를 들었는데, 몹시 공감되는 사례셨다고 합니다~
반면, 강연을 들으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대목도 있었는데요,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미래의 학교의 모습도 제시하셨는데 ‘1000명의 학생에게 1000개의 커리큘럼’을 제시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공감되었지만,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분야를 초월하고자 하는 한 철학자의 욕심을 엿볼 수 있었던 부분이긴 했습니다. 또한 도시에 사람들이 집중되는 이유 중 하나로 ‘클럽’을 예시로 들었는데, 사람들이 클럽에 가는 이유를 성행위의 일환으로 단정 지었는데, 이 부분은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고 느껴지긴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연의 주제로서 ‘자율주행 지하물류터널’을 제시하였는데, 신선한 아이디어였던 것 같습니다. 지하로 이동하면 그만큼 교통량이 줄어들 것이고, 그만큼 도로를 직선형 공원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숲세권’의 수요가 굉장히 늘어나고 있고 자동화 물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므로 종합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들어가는 예산이 장난 아닐 것 같습니다.
강의를 들으며 유현준 교수님은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신 분이었고, 그 분야를 넘나들며 현대 사회에 견해를 제시하고 있으며, 대중과의 소통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학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의 힘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만들고 시야를 넓혀주셨답니다. 다만 넓고 얕은 주제를 다루고 있어 건축가로서의 전문적인 식견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는 강연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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