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희미한 윤곽이 드러나다, 『처음 읽는 우주의 역사』를 읽고

2014. 5. 17. 00:22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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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역사(처음 읽는)
아인슈타인에서 WMAP까지 흥미로운 현대 우주론의 역사를 살펴보는『처음 읽는 우주의 역사』. 현대 우주론을 이끌어 온 63명의 과학자와 그들의 시대, 그들의 경쟁과 우정을 통해 발전한 과학 지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우주에 대한 인류의 지식이 어떻게 확장되었는지 우주론을 4세대로 나누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프리드만의 세 가지 우주는 어떤 배경에서 나왔고, 아인슈타인은 팽창하는 우주 모형에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아인슈타인이 주장한 정적인 우주 모형이 어떤 사건 때문에 한순간에 패자의 자리로 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과학자들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들려주고 있다. 이를 통해 과학 지식을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어려운 우주론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
이지유
출판
휴머니스트
출판일
2012.09.10

 

 

 100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은 우주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하늘의 해와 달과 별을 보며 상상은 했지만 그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지 못했다. 비록 100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발전한 우주론이지만, 그 양은 어느 분야보다 방대하다. 나는 이 우주의 역사를 처음 읽는 우주의 역사라는 책과 함께 따라가 보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별똥별 아줌마이지유 작가의 책답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줄거리를 풀어 나간다. 먼저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에서 출발한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물리학을 180도 바꾸어 놓았다. 이 것은 우주론의 첫 시작이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팽창하는 우주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방정식에 우주상수를 추가하여 우주가 팽창하지 않도록 만들어버렸다. 그 시대에 가장 앞서 나갔던 사람도 받아들이지 못했을 정도였으니, 달리기에 비유하자면 우주론은 출발하기도 전인, 준비 자세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주론을 출발시킨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프리드만과 르메르트이다. 젊은 수학자 프리드만은 쪼그라들려는 만유인력의 힘에 대항하는 건 팽창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너무 일찍 출발했던 것일까, 그를 호응해주는 관중은 아무도 없었다. 전쟁의 이유도 있었고, 너무나 혁신적이었기에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점도 있었다.

르메르트라는 이름은 들어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아도 그에 관한 자료는 거의 없다. 그러나 그의 업적은 어마어마하다. 놀랍게도 그는 사제였다.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미국에 갔고, 천문학자 섀플리 밑에서 최신 관측천문학을 익혔다.

 

 그러다가 그는 성운 중 대부분이 적색 편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었다. 이 사실은 성운이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연스레 팽창하는 우주이라는 개념을 떠올렸다. 그는 이에 관해 논문을 써 냈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세상은 아직도 팽창하는 우주에 문을 열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계속해서 여러 과학자들은 그 문을 두드리게 된다.

에드윈 허블도 그 중 하나였다. 그는 외부은하까지의 거리와 멀어지는 속도의 관계를 관측 결과를 통해 알아보던 중 외부은하들이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허블의 관측 결과가 뒷받침되자 팽창하는 우주는 점차 받아들여지게 되었고, 르메르트는 스타가 되었다. 이제 초점은 우주의 시작으로 옮겨갔다.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여성 과학자 페인은 태양의 연료가 수소라는 사실을 밝혀냈고, 후터만스와 앳킨슨 등은 그 과정이 핵융합이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 결과들은 우주의 시작과 관련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우주론의 달리기 비유로 돌아가 보면, 우주론을 가속시킨 사람을 물어 본다면 가모브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가모브는 핵융합이라는 사실을 가지고 원시핵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원시핵은 수소로 채워진 뜨거운 핵으로, 수소 원자들이 핵융합을 하며 점점 더 큰 원자가 된다고 생각했다.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방아쇠가 될 만한 에너지가 필요했는데, 그것은 바로 폭발이라고 생각했다. 정리하자면, 우주는 원시핵이 폭발하면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와 앨퍼라는 제자는 여러 계산과정 끝에 수소와 헬륨의 비를 구해 내었다. 이 결과는 그들의 이론은 뒷받침해 주었다. 여기서 한 일화를 소개하자면, 가모브는 논문의 제목을 자신과 앨퍼의 이름과 비슷하게 알파-베타-감마라고 하기 위해 억지로 한스 베테의 이름을 빌렸다. 이는 가모브와 베테의 공만 알리고 죄 없는 앨퍼의 공을 가렸다. 과연 앨퍼가 한 행동이 꼭 필요했던가 하는 의문이 든다. 나는 그가 자신을 잘 알리기 위해 과학자의 본분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가모브에 맞서 대항한 한 과학자가 있었으니, 바로 호일이다. 호일은 물질이 빈 공간에서 생겨나 항상 같은 모습을 유지한다는 정상 우주론을 주장했다. 재미있는 일은, 가모브의 이론에 빅뱅 우주론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인 사람이 바로 그라는 것이다. 호일이 가모브의 이론을 비꼬기 위해 사용한 이름이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이론을 대중에게 더 알린 셈이다.

 

 앨퍼와 허먼이라는 과학자는 또 중요한 일을 해내는데, 바로 우주배경복사를 예언한 것이다. 우주의 온도가 3000K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빛이 구속에서 벗어나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앨퍼와 허먼은 이 빛이 현재는 3K정도로 언젠가 관측될 것이라고 예언했고, 우주배경복사가 발견된다면 가모브의 이론이 증명된다고 주장했다.

 

 세밀한 관측으로 우주의 나이가 더 커지고, 수소부터 철보다 무거운 원소까지 생겨나는 과정이 밝혀지면서 우주의 기원에 대한 열쇠는 빅뱅 우주론 쪽에 힘이 실리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펜지어스와 윌슨이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 잡음인 줄 알았던 것이 알고 보니 빅뱅 우주론의 결정적인 증거였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우주배경복사는 사방에서 고르게 나오고 있었다. , 불규칙성이 없었다. 우주 초기에는 반드시 불규칙성이 존재해야만 했지만, 발견되지 않았다. 존 스무트는 마이크로파 검출기를 이용해 불규칙성을 찾으려 했는데, 불규칙성이 매우 작음을 깨닫고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 측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나사(NASA)에 연구 계획서를 제출했다. 나사는 코비(COBE)’라는 위성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코비는 드디어 우주배경복사지도의 얼룩을 통해 우주배경복사의 불규칙성을 증명해냈다. 더 이상 빅뱅 우주론의 질주에 태클을 걸 사람은 없었다.

 

 한편, 구스는 우주의 팽창이 일정한 비율로 일어난다고 가정한 후 우주의 나이를 계산하다가 세 가지 문제에 부딪쳤다. 첫 번째는 우주의 지평선 문제로, 우주의 모든 곳에서 같은 온도의 우주배경복사가 발견되었다. 우주의 양 끝을 빛이 왕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구스는 이 문제를 빛보다 빠른 팽창으로 해결했다. 공간 자체가 엄청나게 빨리 팽창한다는 이 이론을 인플레이션 이론이라고 한다. 구스의 인플레이션 우주는 또 다른 문제였던 우주의 편평도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우주가 너무나 빨리 팽창하여 우리는 우주의 일부분 밖에 알지 못해 우주가 편평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현재로서는 우주가 상태변화를 일으켰다는 설명이 가장 타당하다. 액체가 기체로 변할 때 부피가 급격히 커지는 것처럼 말이다.

 

 20143월에는 중력파 검출되어 인플레이션 이론이 증명되었다. 이렇듯 아직도 우주론은 끊임없이 수정되고 발전하고 있다.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등 알아야 할 것도 많다. 나는 지금까지 인간이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전체의 극히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지구조차도 잘 모르는데 우주를 탐구하는 것은 무리일 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가 끊임없이 우주의 진리를 탐구하는 이유는 인간의 본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주가 조금씩 들어내는 탄생의 비밀, 그것이 바로 우주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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