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도서관』를 읽고

2014. 6. 8. 22:27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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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우드는 세계적인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잘 나가는 이사였다. 그런데 그는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에게 교육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다. 그리고 지금, 그는 16549개의 도서관을 세웠고 1824개의 학교를 설립하였으며 27159명의 소녀들에게 장학금을 주어 공부할 기회를 주었다. <히말라야 도서관>은 존 우드의 짧지만 드라마틱한 ‘룸 투 리드’의 성공기와 함께 그의 철학이 담겨 있는 기적과 같은 책이다.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중에서 자신의 직장까지 내던지고 그 일에 뛰어들 사람은 많지 않다. 존 우드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네팔에 다녀온 뒤, 교육 환경의 열악함을 느끼고 그곳의 아이들에게 책을 지원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마음먹은 대로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특별히 존 우드의 마음을 움직인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존 우드는 어릴 적부터 수많은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런 그에게 책은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유일한 문이었다. 우드는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책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또한 책이 없었다면 자신의 유년기가 불행했을 것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그가 책을 한 권도 읽지 못하는 네팔의 아이들을 보며 크게 안타까워했던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책을 펴자 그에게 나타난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의 문구였다.

 

자신이 보여주는 능력과 앞으로 보여줄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가를 알아가는 것을 겁낼 이유는 없다.

 

 이 문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하고 마는 단계에 서있던 우드를 다음 단계로 올려 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후에 룸 투 리드의 성공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세 번째 이유는 그가 보낸 이메일이었다. 우드는 네팔의 아이들을 위해 책을 보내달라는 이메일을 100명의 사람에게 전송했다. 이메일에는 ‘최악의 선택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함께 보내졌다. 그리고 그 이메일은 3000권의 책으로 되돌아왔다. 출발선에서 스타트를 할지 말지 망설이던 우드를 뒤에서 완전히 밀어버린 결과였다. 존 우드는 이메일을 통해 네팔에서의 가능성을 보았고, 자신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그곳을 향해 떠난다.

 

 우드에게 위의 세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난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우리는 그 일들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다. 그런데 우드는 달랐다. 그에게는 네팔의 교육을 향한 관심과 열정, 그리고 순수한 동기가 있었다. 그러자 작은 일들조차 모두 자신을 도와주는 계기로 변해 버린 것이다.

 

 네팔에서 동화책을 읽으며 행복해하는 어린아이들을 보며 우드는 큰 보람을 느꼈고, 자신의 계획을 더욱 확장시키기로 했다. 그는 책을 기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도서관과 학교를 지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 계획을 위해선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자신의 회사, 마이크로소프트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고민하는 존 우드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떠나게 만든 사람은 빌 게이츠다. 우드가 오랜 시간을 투자해 준비한 중국 CCTV에서의 인터뷰를 그가 완전히 무시했다. 인터뷰 후, 우드는 더 이상 자신이 마이크로소프트를 혁신적으로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능력이 더 필요한 곳은 네팔이었고,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곳도 네팔이었다. 결국 존 우드는 회사에 과감히 사표를 내고 자선단체 ‘룸 투 리드(Room to Read)’를 세운다.

 

 그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듯, 룸 투 리드는 아무런 걸림돌 없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네팔에서 베트남으로, 베트남에서 캄보디아로 뻗어갔다. 도서관과 학교를 지어주는 것 외에도 컴퓨터 교실을 만들어주었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었다. 현재까지 룸 투 리드가 도운 어린이는 880만 명에 달하고 방글라데시, 라오스, 인도, 탄자니아,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존 우드는 포브스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적 기업인 30인에 포함되었고 타임지의 ‘아시아의 영웅’에 선정되었으며 세계 경제 포럼에서 ‘젊은 글로벌 리더’로 선정되었다. 2014년에는 아동의 권리부문 세계 어린이 상을 수상하였다.

 

 나는 룸 투 리드의 성공 비결을 바로 진정한 단체이자 기업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룸 투 리드가 진정한 기업인 이유는 첫째, 이윤을 추구하는 대신 사회적 정의 실현만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룸 투 리드는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회적 기업이다. 따라서 후원금은 거의 대부분 기부금으로 사용된다. 이 점 때문에 후원자가 점점 늘어났고, 룸 투 리드가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둘째로 룸 투 리드는 후원자들에게 베푸는 즐거움을 알려준다. 즉, 그들로 하여금 룸 투 리드가 ‘교육이라는 선물을 어린이들에게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부유한 후원자들은 교육이 매우 값진 선물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에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이 후원할 수밖에 없다.

 

 셋째로 결과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후원자들은 자신들의 후원금이 어디에 쓰이고,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싶어 한다. 돈의 경로를 모른다면 아무도 후원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룸 투 리드는 모든 경로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신뢰감을 주고, 그 신뢰감은 더 큰 후원으로 되돌아온다.

 

 넷째로, 룸 투 리드의 모든 직원은 열정으로 가득하다. 다른 단체나 기업과 달리, 존 우드는 지원자가 능력이 있어도 열정이 없다면 절대 뽑지 않았다. 대부분의 직원은 자원해서 채용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룸 투 리드의 든든한 기둥이 된 에린 강주 역시 그렇다. 그녀는 무턱대고 우드를 찾아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고, 그녀로 인해 룸 투 리드가 베트남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처럼 조직의 구성원 모두가 개인의 이익이 아닌 개발도상국의 아이들과 룸 투 리드라는 공동체를 위해 일하고 있다. 그리고 재능 있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인 조직은 언제나 성공한다.

 

 다섯째 이유는 바로 존 우드이다. 우드가 아니었다면 룸 투 리드는 이토록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모든 결단력은 ‘최악의 선택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한 문장으로부터 나왔다. 어떤 일이든 결정을 내릴 때 미루지 않았고 무모해 보이는 일도 일단 추진했다. 원칙을 벗어나는 일이더라도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받아들였다. 그의 경영 철학으로 룸 투 리드는 융통성 있고 항상 변화를 시도하는 단체가 될 수 있었다. 룸 투 리드의 성공 열쇠는 바로 존 우드였던 것이다.

 

 대한민국이 50년 전만해도 이 책에 나오는 라오스, 방글라데시보다 훨씬 후진국이었고, 그 50년 사이에 눈부신 발전을 했었던 이유는 바로 교육에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교육은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이다. 이렇게 교육의 중요성을 매우 잘 알고 있는 나라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룸 투 리드와 같은 사회적 기업이 많지 않다. 게다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기부 순위는 밑바닥을 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존 우드의 <히말라야 도서관>은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선사한다.

 

 그가 네팔의 교육을 위해서 직장과 돈, 사랑하는 애인까지 포기할 때, 우리의 가슴에는 따끔함이 느껴진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베트남의 발전을 위해 컴퓨터를 공부하는 열정적인 베트남 청년을 보며, 그리고 그에게 몰래 장학금을 주는 우드를 보며 가슴에 잔잔한 울림이 느껴진다. 스스로 베트남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서는 에린을 보며 그 용기와 열정에 감탄한다. 그리고 후원하겠다고 서로 손을 드는 실리콘 밸리의 사업가들, 우드에게 도움을 받고 나서 그의 명함을 보고 후원하겠다고 한 남자, “공부하게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소녀….

 

이제 우리는 모두가 히말라야 도서관에서 꿈을 키울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존 우드가 자신의 작은 시작을 통해 알리려고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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