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자: Dream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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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화가 에셔의 Ascending and Descending

 

 영원히 올라가도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계단, 영국의 수학자 펜로즈가 고안한 ‘펜로즈의 계단’이다. 만약 우리가 이 계단 위에 놓여 있다면 어떨까? 아무리 올라도 진전이 없다면 지치기 마련이고, 이는 수학을 공부하고 있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현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한국의 수학 교육과정이 취하고 있는 계단형 교육과정에 있다. 계단형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쳐야만 현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수학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먼저, 극단화된 계단형 교육과정은 교육과정의 단절을 불러일으킨다. 대다수의 학생이 중학교에 올라가면 수학이 갑자기 어려워졌다고 느낀다. 초등 수학에는 나오지 않던 낯선 용어와 추상적인 개념들이 갑작스레 등장하기 때문이다. 단원 간 위계질서를 확고히 하다 보니 흐름이 자연스레 연결되지 못하고 단절되는 역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미국의 초등학교 6학년 과정 교과서인 Math Common Practice에는 방정식과 부등식이 수록되어 있고 수의 체계와 좌표평면 등을 다루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의 계단형 교육과정이 지나치게 정형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명 수포자라 불리는, 교육과정에서 소외되는 학생들이 늘어난다는 문제점도 발견되었다. ‘사교육걱정 없는 세상’의사교육걱정없는세상’ 학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학이 어려운 이유로 ‘앞의 내용을 모르면 그다음을 이해하기 어렵다’가 1위를 차지하였다. 이는 끊임없이 선수학습을 요구하는 계단형 교육과정에서 한 번 미끄러지면 가파른 계단을 다시 오를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혹자는 수학은 개념 간 위계질서가 뚜렷한 계통학습이 필요한 과목이며, 계단형 교육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교육과정의 목표는 수학자를 길러내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수학에 친숙해지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엄격한 수학의 특성을 적잖이 걷어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계단형 교육과정은 수학 과목을 획일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현재 수학 교육과정은 ‘확률과 통계’ 등 소수의 단원을 제외하면 큰 틀에서 미분과 적분을 배우기 위한 준비과정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많은 학생이 미분과 적분은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며, 이는 옳은 사실이다. 대다수의 직업은 미적분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일이 많지 않다. 특정 개념만을 강요하는 획일화된 계단형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흥미 저하, 곧 학력 저하로 직결된다.

 

 독일의 경우 환경 과목에서 다이어그램에서 수학적 모델을 적용하고 전력사용량, 온실가스 배출의 경제적 득실을 계산하는 등 수학적인 역량을 배우는 과목이 있다. 이는 초등교육과정만 이해하면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개념이다. 만약 위와 같은 과목이 더 많아지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 교육과정의 단절은 최소화되고 계통학습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진로와 연계된 수학을 학습하므로 흥미 역시 올라갈 것이다. 계단형 교육과정이 수평적 교육과정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데 있어 선택과목의 다변화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참고문헌
[1] 김지영, et al. "사회적 상호작용을 강조한 과학 탐구실험의 효과." 한국과학교육학회지 22.4 
(2002): 757-767.
[2] 이미경, and 정은영. "학교 과학 교육에서 과학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조사." 한국
과학교육학회지 24.5 (2004): 946-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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