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자: Dream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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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 군사반란 발생그날,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뀌었다대한민국을 뒤흔든 10월 26일 이후, 서울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 것도 잠시12월 12일, 보안사령관 전두광이 반란을 일으키고군 내 사조직을 총동원하여 최전선의 전방부대까지 서울로 불러들인다. 권력에 눈이 먼 전두광의 반란군과 이에 맞선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비롯한진압군 사이, 일촉즉발의 9시간이 흘러가는데…  목숨을 건 두 세력의 팽팽한 대립오늘 밤, 대한민국 수도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이 펼쳐진다!
평점
9.5 (2023.11.22 개봉)
감독
김성수
출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김의성, 정동환, 안내상, 유성주, 최병모, 박훈, 이재윤, 김성오, 남윤호, 홍서준, 안세호, 정형석, 박정학, 박원상, 박민이, 염동헌, 전진기, 최원경, 차래형, 공재민, 권혁, 한창현, 송영근, 전수지, 서광재, 임철형, 현봉식, 곽자형, 전운종, 이승희, 김기무, 문성복, 김옥주, 박정표, 곽진석, 한규원, 우미화, 차건우, 정만식, 정해인, 이준혁, 김정팔, 황병국, 최민, 이귀우, 백진욱, 이순풍, 강길우, 이성환, 권혁범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슴이 뜨거워지는가?
 
아니, 그 반대여야 한다.
 
되려 반란군의 가슴이 뜨거웠다. 이태신 사령관(정우성 배우)의 분노는 차가웠다.
 
인물들에 대한 온도 차가 완전히 뒤바뀐 상황에서, 갑갑하게 스며오는 분노는 관객들의 가슴을 조여 온다.
 
 
관전포인트 1. 불완전한 악당, '전두광'
 
이 영화의 기저 전반에 깔려있는 불쾌감은 단연코 전두광(황정민 배우)이란 캐릭터가 뿜어내는 기운으로부터 온다.
 
영화에서 그려내는 전두광은 절대 완벽하지 않다.
 
차라리 전두광이 완벽한 악당이었더라면 어땠을까?
 
뛰어난 지략으로 미국 CIA를 방불케 하는 치밀한 작전을 세웠더라면,
 
대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있거나 연설 능력이 뛰어났더라면...
 
그랬다면 조금은 그날이 불가항력적인 권력의 이동이었을 거라고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가 묘사하는 그날의 밤은,
 
한 국가의 권력이 군대 사조직에 단숨에 찬탈되어가는 과정이 지독히 역겹기만 하다.
 
작전은 단 1개 여단에 의해 좌지우지될 만큼 허술했고, 포섭은 거창한 프로파간다가 아닌 돈봉투, 그것도 안되면 학연, 지연, 혈연으로 이행되었을 뿐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스스로 뿐이 아닌 온 군인들을 도우려고 했던 전두광의 마음을 하늘도 알았는지
 
진압군이 스스로 자멸해버리는 촌극이 벌어진다.
 
관전포인트 2. 시소게임
 
시소의 왼쪽에는 50명의 사람이 앉아있고 오른쪽에는 100명의 사람이 있었다.
 
시소가 기울어 땅에 먼저 닿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100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기만 하면 시소가 천천히 기울어 승리할 것이 자명했다.
 
그런데 반대편에서 누군가 그쪽에 있으면 진다고 소리치는 게 아닌가.
 
한 두 명의 사람이 반대쪽으로 넘어간다.
 
불안해 하는 나머지 사람들 중에서 대여섯 명이 또 넘어간다.
 
여전히 오른쪽 사람들이 더 유리했지만, 퍼져가는 불안감을 막을 수 없다.
 
삼사십 명의 무리가 뒤도 안 돌아보고 반대편으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시소는 반대쪽으로 걷잡을 수 없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관전포인트 3. 이태신과 이순신
 
영화 중간에 이태신이 광화문의 이순신상을 바라보는 장면은 비극적이다. (원균과 선조를 떠올려보라)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구국에 성공한 이순신조차 생전에 그 공로를 완전히 인정받지 못했는데,
 
하물며 진압마저 실패한 소신있는 군인들의 말로는 얼마나 비참하였겠는가...
 
관전포인트 4. 권력의 이동
 
요즘들어, 검사 출신 인물들이 정부의 주요 요직을 모두 꿰차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어라...? ('우리는 하나' 대신 '우리는 검사'??)
 
권력은 살아 숨 쉬며, 자신을 받아 줄 세력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법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오랜만에 한국영화를 보았고, 너무 잘 만들어진 영화라 솔직히 조금 놀라웠다.
 
개인적으로 신파나 회상하는 장면이 많은 한국영화의 전개를 좋아하지 않는데,
 
최근에는 담백하고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영화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좋다. 이런 영화도 있어야지.
 
마지막에 이태신이 전두광을 향해 다가가는 장면에서
 
슬로모션이 사용되고 울부짖는 장면이 연출될까 봐 사실 걱정을 좀 했다.
 
바리케이드를 넘어가는 장면은 더없이 초라했고, 인간적인 연민이 밀려왔다.

p.s. 정우성의 열연을 보며 작전명 발키리의 톰 크루즈가 묘하게 오버랩되는 것은 나뿐인가. 두 영화의 시나리오를 비교해보면 묘하다. 한국의 톰 형은 우성이 형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오직 분노만이 느껴진 분들이 있다면 몹시 부럽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는 난세에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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