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를 쓰다, 『바나나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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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와 아이들
오늘처럼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던 날
나는 커다란 바나나 잎이 손을 흔들며 맞이하는
인도네시아의 작은 마을에 들른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의 아이들은 원 달러 원 달러 외치면서
자기 손 만큼이나 죄그만 바나나를 사달라고 조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간절한
그 간절한 검은 눈동자를 보니
주머니 속 지폐 한 장 꺼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천사 같던 아이들이
종이 쪼가리 하나 보더니
내 쪽으로 달려들어 서로 바나나를 팔겠다고
밀치고 물고 때리고
평화롭던 마을이 싸움터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 아이들은 학교도 못가고
바나나를 팔기 위해 관광객을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나중에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밝아야 할 어린이들의 미래가
이 아이들에게는 참으로
참으로 어둡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싸우고 있을 때
조용히 나에게 다가와
바나나 만큼이나 죄그만 자기 손으로
손바닥에 자기 이름을 써주고는
제 눈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간 그 아이를 말입니다
나는 오랫동안 그 이름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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