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를 쓰다, 『바나나와 아이들』

2015. 1. 24. 22:12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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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와 아이들

 

 

 

오늘처럼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던 날

나는 커다란 바나나 잎이 손을 흔들며 맞이하는

인도네시아의 작은 마을에 들른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의 아이들은 원 달러 원 달러 외치면서

자기 손 만큼이나 죄그만 바나나를 사달라고 조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간절한

그 간절한 검은 눈동자를 보니

주머니 속 지폐 한 장 꺼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천사 같던 아이들이

종이 쪼가리 하나 보더니

내 쪽으로 달려들어 서로 바나나를 팔겠다고

밀치고 물고 때리고

평화롭던 마을이 싸움터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 아이들은 학교도 못가고

바나나를 팔기 위해 관광객을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나중에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밝아야 할 어린이들의 미래가

이 아이들에게는 참으로

참으로 어둡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싸우고 있을 때

조용히 나에게 다가와

바나나 만큼이나 죄그만 자기 손으로

손바닥에 자기 이름을 써주고는

제 눈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간 그 아이를 말입니다

 

나는 오랫동안 그 이름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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