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책으로 일본을 걷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일본편)』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그 일본편이다. 왜 일본일까? 일본에 대해 가장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바로 역사이다. 그런데 왜 일본인가? 유홍준 교수는 한일 양국이 서로 콤플렉스의 색안경을 벗어던져야 한다고 말하며 책을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일본문화를 무시하는 색안경을,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는 색안경을 말이다. 그래서 한일 교류사를 일방적 시각이 아닌, 쌍방적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것이다. 유홍준 교수의 답사길을 따라가 일본 구석구석을 걸어보았다.
본 책은 규슈 편이다. 규수라 하면,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곳이다.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며 먹거리가 풍부하고 문화유산도 많은 곳이다. 비록 우리나라의 안 좋은 역사와 관련된 유적이 많기에 대부분의 관광객은 온천이나 자연을 즐기러 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유홍준 교수는 규슈 속의 한국 문화를 염두에 두며 답사했다.
유홍준 교수는 볼거리가 많은 북부 규슈부터 둘러보며 이야기를 꺼낸다. 첫 번째로 요시노가리 역사공원에 들렀다. 요시노가리는 야요이 시대 660년 간의 유물이 출토된 귀중한 유적이다. 이곳이 왜 중요한가 하면 고대부터 시작된 한일교류의 역사가 담겨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세형동검, 덧띠 토기, 거푸집, 잔무늬거울 등 많은 유물이 출토되었다. 왜 그런 것일까? 바로 한반도의 이민자들이 규슈에 정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나라는 서로의 유물이 더 우수하다고 주장한다. 요시노가리 공원만 보아도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토기와 청동검은 입이 없어도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가라쓰의 나고야 성이다. 나고야 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기지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곳은 14~15세기 극성을 부렸던 왜구의 본거지였던 곳이다. 그러나 그곳의 박물관은 한일간 마찰을 방지하고자 한일 문화교류를 전시테마로 하고 있다. 이 배려로 인해 한국인 관광객들은 나고야 성을 찾아갈 수 있다. 나고야 성에서는 가카라시마라는 곳이 눈 앞에 펼쳐진다. 바로 백제의 왕, 무령왕의 출생지이다. 백제와 일본의 가까운 관계가 확 와닿는 곳이다. 심지어 천황 가문에도 백제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한다. 가카라시마의 주민들은 무령왕이 태어난 동굴을 잘 보존하는 등 백제와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가장 궁금했었던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 도공들에 관한 이야기는 바로 남부 규슈에 간직되어 있었다. 바로 남원성이라는 곳이다. 당시 일본에는 다완이 귀해 도공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정유재란이 한창이던 당시, 박평의, 심당길 등 80여명이 남원성으로 끌려간다. 그들은 그곳에서도 조선의 문화를 이어갔다. 단군을 모시던 옥산궁과 장구, 징, 꽹과리 등을 이용한 제사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도공들은 사무라이와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도자기 제작에 전념하였고 자신들의 기품이 서린 사쓰마 백자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백자를 일컬어 ‘히바카리’라 했는데, 여기에는 도자기에 들어간 일본 것은 ‘불’뿐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일본 규슈를 둘러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까운 나라 일본에 꼭 한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일본 문화를 알아야 한일 관계에 대한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에서 발견되는 우리나라의 문화도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일본의 다양한 먹거리와 온천, 아름다운 자연환경도 경험해보고 싶다.
여행에 앞서 먼저 일본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껏 일본의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나도 없었다. 아는 것이라고는 우리나라의 역사에 등장하는 일본 뿐이다. 사실 학교에서 자세하게 가르쳐주지 않아 배우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도서관에 가면 정말 많은 책을 통해 일본을 배울 수 있다. 특히 야오이 시대나 헤이안 시대가 궁금하고 막부시대의 다양한 전쟁 스토리도 궁금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왜 일본에서는 칭송받는지, 그의 일생도 알고 싶다.
유홍준 교수의 답사기를 읽다보면 곳곳에 우리나라의 역사가 숨어있다. 과연 이 모든 내용을 알고 답사한다면 얼마나 경이로울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꼭 보고 싶은 것은 바로 사쿠라가 만발한 가라쓰성이다. 책으로만 보던 아름다운 성을 직접 보게 된다면 큰 감동이 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문화를 보면 정말 간소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어떻게 본다면 밋밋하지만 다르게 본다면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서론에서, 유홍준 교수가 언급한 색안경이 기억에 난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문화를 무시하는 색안경을 벗어야 한다는 말에 매우 공감한다. 우리나라는 근대 콤플렉스를, 일본은 고대 콤플렉스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일관계가 좋아지려면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일본의 문화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유홍준의 일본 답사기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상대 문화를 알지도 못하면서 무시하고, 왜곡하며, 비방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고 확신했다. 이 책을 들고 유홍준 교수의 발자국을 따라가기만 해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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