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좀비

2023. 9. 14. 10:49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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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여러분이 열심히 이벤트에 응모하여 당첨된 피자가 배달되었다고 합시다.

 

 

이런 맛있는 페퍼로니 피자가 말이죠. 그런데 혼자 먹기에는 조금 많을 수 있습니다.

 

갑자기 "딩동"하며 초인종이 울립니다. 바로 당신의 친구였습니다.

 

여러분은 기꺼이 문을 열어주며 친구와 함께 피자를 먹으면 되겠다며 흡족해할 것입니다.

 

그런데 5분 뒤, 다시 초인종이 울립니다. 또 다른 친구가 놀러 온 것입니다.

 

당신은 두 번째 친구를 맞이하며 피자를 얼추 세 조각씩 먹으면 알맞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죠.

 

그런데 다시 한번 초인종이 울린다면 당신의 뇌 속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세 번째 친구는 아무래도 멋쩍은 미소로 문을 열어주게 되겠죠.

 

맞습니다. 피자는 나눌수록 적어집니다!

 

 

그런데 피자 정도는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긴 합니다.

 

뭐 집에 먹을 음식이 피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당신은 부족한 만큼 냉장고에서 다른 음식을 꺼내면 됩니다.

 

 

 

자, 이제 다른 상황을 생각해 볼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워킹데드』에는 이런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주인공 무리들은 항상 새로운 무리와 맞닥뜨리고, 이들을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합니다.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신 분이라면 공감할 것입니다.

 

전설의 미드, 『워킹데드』

 

물론 사람이 늘어나면 장점도 있습니다.

 

전투력이 강해질 수도 있고,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라면 시너지를 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배신의 가능성은 항상 있고, 조직의 단결력이 약화되며, 유연하고 민첩하게 움직이기 힘들어지겠죠.

 

또 개인에게 할당되는 식량 역시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주인공 릭 그라임스는 새로운 무리를 받아들이는 일은 좀비를 받아들이는 것만큼이나 위험천만한 일이라는 사실을 몸소 겪습니다.

 

그래서 드라마 중반부부터 그는 신사적인 모습을 버리고 모든 외부인에게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죠.

 

또 하나 재미있는 포인트는, 무리에 새로 합류한 이들 역시 다른 이들이 합류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난 무리에 들어왔으니까 더 이상은 받지 마"

 

"나만 잘 되면 그만" 같은 심리겠죠.

 

아포칼립스 장르를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극한의 상황을 가정하여 인간의 본성과 내면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결국 인간의 탐욕, 본성의 논리에 의해 돌아가지만

 

수많은 요소들이 우리의 분별력을 흐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다른 이야기 하나만 더 해보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스티븐 킹의 소설 『미스트』에서는 정체 모를 안개로 괴물들이 출몰하고,

 

사람들은 비교적 안전한 슈퍼마켓에 모이게 되죠.

소설을 영화화한 『더 미스트』

 

자, 그럼 이 상황에서 여러분은 얼마 남지 않은 슈퍼마켓의 식량으로 목숨을 보전해야 합니다.

 

그때 밖에서 절박한 생존자가 창문을 두드립니다.

 

사람들은 잠깐의 연민을 느끼고는, 이내 자신들의 식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곤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자신들을 구출할 사다리를 오른 뒤에는 그 사다리를 끊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오늘날 자본주의(Capitalism)에도 정확히 적용되는 논리입니다.

 

부자들은 부자가 많아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먹을 피자가 줄어들기 때문이겠죠.

 

당연하게도 그들은 부자가 된 이후에 사다리를 끊어버리고, 문을 잠가버리길 원합니다.

 

 

이러한 맥락으로 자본주의를 바라본다면 모든 현상이 사뭇 당연해집니다.

 

정부와 은행권에서 높은 이자의 장기 대출을 장려한다.

높은 레버리지를 쓰도록 독려한다.

 

= 사다리 밑에서 오르는 사람을 끌어내린다.

 

미디어와 SNS은 물질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칭송한다.

YOLO나 워라밸을 강조한다.

 

= 돈을 더 쓰게 만들어 사다리를 더욱 길게 만든다.

 

언론은 경제 위기와 인플레이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는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을 강조하고 실패사례를 조명한다.

 

= 사다리에 올라탈 엄두도 못 내게 한다.

 

나라에서 금융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고수들은 자신의 노하우를 공개하지 않는다.

 

= 사다리를 오르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오히려 아포칼립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현실입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나를 제외한 온갖 세력은 내 돈을 뺏어갈 궁리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자들은 부자가 많아지길 원치 않습니다.

 

거기에다 돈의 힘을 빌려 정부, 은행, 기업, 언론, 각종 SNS와 미디어로 하여금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게 만들죠.

 

부자는 항상 적게 유지되고, 빈곤층과 중산층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특히 제가 화가 나는 부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누구도 자본주의를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모두 어떠한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인 것이죠.

 

이제 적들의 공격에 의해 우리의 통장만 바닥나는 광경을 지켜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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