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펼친 8일간의 꿈

2015. 1. 24. 22:44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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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국외체험학습을 미국 동부로 다녀온 후 작성한 소감문입니다.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

 

 미국으로의 8일간의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무엇을 경험하고 느끼고 올 것인지 미리 생각해보았다. 해외여행도 이제는 3번째, 이번 여행은 좀 다르게 다녀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만 하지 않겠다고, 또 미국이라는 나라를 무조건 동경의 시각으로만 바라보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어릴 때 미국을 다녀온 적이 있었고 이번이 두 번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는 미국 서부로 갔었고 이번에 갔다 온 동부와는 분위기와 문화가 매우 다르다. 서부에서는 화창한 날씨에 해변, 캠핑장을 오가며 즐기러 다녔다면 이번 동부 여행에서는 미국의 대학과 음식 문화, 역사 등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싶었다.

 

 비행기에 오른 첫날,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18세기와 19세기, 미국으로 건너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이민자들의 심정을 생각했다.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이다. 그러나 모든 이민자들에게 엄청난 성공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입국하는 과정에서 해체된 수많은 가족들이 있었고, 빈민이나 노예로 전락한 사람도 대다수였다. 말하자면 그들은 배에 오르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에 온 몸을 내맡긴 것이었다. 그러나 나 역시 그들처럼 큰 기대를 안고 뉴욕의 JFK 공항에 도착했다. 바로 이동한 곳은 뉴욕의 중심지 맨해튼이 아닌 퀸즈라는 곳에 위치한 플러싱이라는 도시,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한인타운이 위치한 곳이다. 가이드의 설명 중에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는데, 이곳 플러싱도 이제는 차이나타운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고 작년에 제주도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여행을 하는 내내 볼 수 있었던 관광객은 한국인보다도 훨씬 많은 중국인이었고, 제주도 땅을 중국인 부자들이 거의 다 사버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처럼 중국은 세계 각지에서 세력을 넓혀 나가고 있고,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예측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바로 보스턴으로 이동했다. 보스턴의 명물 랍스타 롤을 먹어보았는데, 괜찮은 맛이었다. 사실 내가 처음으로 해산물과 빵을 같이 먹은 것이 아닌가 싶다. 다음날 걷게 된 보스턴 시내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당시 보스턴을 거닐 던 때에는 몰랐지만 뉴욕을 다녀온 후에는 보스턴과 뉴욕의 차이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정신없으면서도 화려하고, 교통체증이 극심하며 경적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리는 뉴욕과는 정반대로, 보스턴에서는 조용하고 차분하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은 보스턴이고, 커피를 빠르게 주문하고 밖으로 뛰어나가야 하는 곳은 뉴욕이다. 뉴욕의 화려함이 나를 압도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이 더 가는 곳은 보스턴이었다.

 

 보스턴을 교육의 도시라고도 한다. 그 이유는 명문 사립학교를 비롯한 수많은 학교가 존재하고, 미국 최고의 대학이라 불리는 하버드와 MIT를 비롯하여 버클리 음대, 보스턴 대학 등 최고의 교육환경이 갖춰진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MIT와 하버드. MIT는 과학자와 공학자를 꿈꾸는 모든 학생들에게 꿈의 대학교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 학교였다. MIT는 대학교라기보다는 커다란 놀이터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미궁에서 가장 못생긴 건물과 특이한 건물이 있고, 스포츠 시설은 최상급이었다. 이곳저곳에는 MIT 학생들이 장난친 흔적이 보였다. 학생들이 건물 꼭대기에 조립해 올려놓았다는 경찰차도 있었고, 벽에는 복잡한 수식들이 쓰여 있었다. 이토록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엄청난 아이디어와 기술이 탄생한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생각과 엉뚱한 발상을 장려하는 것이 학교의 정책이기도 하다.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팹랩의 시초가 바로 MIT인 것도 이유가 있다.

 

 다음으로 방문한 대학교는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이었는데 캠퍼스가 아름다웠다. 하버드에서는 로스쿨에 재학 중인 가이드 형의 도움으로 로스쿨 도서관에 가 볼 수 있었다. 도서관 안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숨이 막힐 것 같은 고요함을 느꼈다. 그리고 도서관을 놓고 노트북을 열심히 두드리고 밑줄을 긋는 학생들의 집중하는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하버드 캠퍼스를 둘러보는 것보다 훨씬 더 값지고 인상 깊은 경험이 되었다. 후에 버스 기사 아저씨께서 교감 선생님께 하는 말을 듣게 되었는데, 학생들이 미국에서 번지르르한 것만 보기보다는 전세계의 학생들과 경쟁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더 보고 가야한다고 하셨다. 이번 여행에서는 기사님 말대로 두 가지 경험 모두 한 셈이다.

 

 보통 예일 대학교의 캠퍼스가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넓은 잔디와 웅장한 건물로 이루어진 프린스턴 대학교의 캠퍼스가 더 좋았다. 프린스턴에서는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강의했던 교실도 방문할 수 있어서 더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아이비리그 투어를 하면서 과연 미국 유학이 나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적어도 MIT, 하버드, 프린스턴에 다니는 학생 가이드 분들은 굉장히 만족하고 있었다. 그 분들이 꼽은 가장 큰 장점은 주위에 각 분야에서 최고인 친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런데 하버드에서 양자 컴퓨터 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신 우리 학교 선배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자신이 미국으로 유학을 너무 일찍 오는 바람에 한국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구들이 별로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선배님은 유학은 절대 필수가 아니라고 하셨다. 자신이 전공하고 싶은 분야를 국내에서 전공하기 힘들거나,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지만, 무작정 같다가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하셨다. 결론은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미래에 선배님들이 해주신 조언을 귀담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생각했다.

 

 미국 동부를 여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고, 또 가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바로 뉴욕 맨해튼이 1순위가 될 것이다. 미국 국민들도 살면서 5개의 주 이상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가장 가고 싶은 곳 역시 맨해튼이라고 한다. 내게 있어서 맨해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바로 뮤지컬 위키드를 관람한 것이었다. 과연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달랐다. 먼저 관객 수, 위키드 전용 극장의 크기에 압도당했고 이어지는 뮤지컬에서 배우의 연기와 노래로부터 감동받았다. 무엇보다도 가장 듣고 싶었던 ‘Defying Gravity’라는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만약 다시 뉴욕에 오게 된다면 뮤지컬만 보고 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은 그 명성에 걸맞게 대단했다.

 

 

 맨해튼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꼭대기에서 바라 본 뉴욕의 야경이었다. 허드슨 강과 타임 스퀘어가 모두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느끼고 보았던 것은 사진으로도 다 담아낼 수 없었다. 나는 사진을 찍기 보다는 직접 눈으로 황금빛의 맨해튼 시를 보는 것이 더 좋았다.

 

 

그런데 뉴욕에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맨해튼 말고도 다른 지역이 많다. 특히 할렘이라는 지역은 맨해튼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풍긴다. 빈민가에 거주자의 대부분이 흑인과 라틴계이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10년 전만 해도 길거리에서 총성이 울리고 납치, 절도, 폭행 등 위험한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던 곳이다. 우리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를 접하면서 화려하고 풍족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 역시 빈부격차가 크고, 총기사고, 마약 등 어두운 면이 많이 존재한다. 실제로 미국에 있는 동안 TV를 많이 보았는데, 채널을 돌리면 마약, 살인 사건, 테러 등과 같은 내용이 수십 번도 더 나왔다.

여행을 마치면서 만족했던 부분도 있었고,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우선 음식이었다. 한식보다는 양식을 먹되 좀 더 양질의 음식을 먹었으면 더 풍족한 여행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다음으로 아쉬웠던 것은 흐린 날씨였다. 하필 뉴욕 타임스퀘어를 거닐 때 비가 와서 제대로 구경은커녕 사람들 틈에서 옷이 젖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워싱턴 관광이 가장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워싱턴 D.C.는 미국의 역사가 담긴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자세히 보지 못하고 사진만 찍고 지나간 것이 안타깝다. 스미소니언 박물관 역시 볼거리가 굉장히 많았는데 시간 관계 상 부분적으로만 관람한 것 또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미국 동부는 꼭 한번 다시 와보고 싶다. 아쉽게 지나간 곳이 많아 다시 한 번 들러서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 물론 브로드웨이에서 모든 뮤지컬을 관람할 것이고, 음식도 훨씬 맛있는 곳에 갈 것이다. 그때에는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관광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방문할 곳에 대해 미리 사전조사를 할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얻게 된 깨달음이기도 하다. 아무리 대단한 역사를 지닌 건물이라도 배경지식이 없다면 그것은 그저 사진의 배경이 될 뿐이었다. 그리고 사진만 찍는 여행은 재미가 없었다. 여행도 즐기기만 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반드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부터 다음 여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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